기획자의 노트
이기모(선임 큐레이터, 아시아문화원)
《감각정원: 밤이 내리면, 빛이 오르고》 전시는, 전 지구를 엄습한 코로나19 팬데믹에
휘둘리지 않고 잠시나마 의연하게 산책할 수 있는 순간을 관람객에게 제공하고자
기획되었다. 밤이 내려앉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산책로에 예술 작품이 빛을 발할 때,
사람들이 하나둘씩 코로나 ‘집콕’을 벗어나 자유롭게 산책하며 작품을 체험하는 장면을
상상해 보았다. 그리고 시와 음악과 향기와 미술과 빛이 어우러진 향연을, 사람들이 온
감각을 열어 느낀다면 얼마나 멋진 일일지 또다시 상상해 보았다.
그래서 4,000제곱미터의 산책로에 ‘감각정원’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여덟 명의 현대 미술 작가와 한 명의 시인을 초청하여 작품 제작을 의뢰하였다. ‘흐름’이라는 전시 기획의 키워드를 작가들에게 드리며, 이 산책로에 알맞은 ‘장소 특정적’인 작품을 창조해 보자고 제안했다. 100미터가 넘게 쭉 뻗어 내려가는 소방 도로, 그 옆에 우뚝 서서 마치 이정표처럼 사방에서 보이는 냉각 타워, 그 주위를 둘러싼 배롱나무 숲, 건물과 건물 사이에 연극 무대처럼 자리 잡은 크고 작은 마당들, 그 너머에 ‘하늘마당’이라 불리는 넓고 경사진 잔디와, 그 상부에 위치한 거대한 지붕 ‘그랜드 캐노피’, 이 장소들을 이리저리로 이어 주는 다양한 종류의 계단과 오솔길… 길의 ‘흐름’을 따라 둥지를 틀고 서식하는 현대 미술 작품들을 상상하며, 이 모든 것의 조화를 현실화시키고 싶었다.
‘흐름’이라는 전시의 키워드는, “같은 강물에 두 번 들어갈 수 없다”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의 명언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 말이 내포하는 ‘변화’와 ‘생성’은 그 의미의 폭과 깊이를 헤아려 볼 때 가히 우주를 삼킬 만하다. 예측 불가능성을 가진 ‘변화’라는 개념은, 기억과 의식에서 빚어진 ‘생성’이라는 개념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마치 음과 양, 빛과 어둠, 혼돈과 질서가 공존하는 것과 같다.
또 다른 세 명의 작가도 긴 소방 도로에서 작품을 보여 준다. 최성록 작가와 문창환 작가는 3D 이미지를 벽면과 바닥에 투영하여 관람객들이 가상 공간을 산책하도록 유도한다. 최성록은 태초의 자연 공간을 빛, 불, 물의 3원소가 생성, 진화하는 신화적 공간으로 해석한다. 문창환은 자신의 사주팔자 명식(命式)에 드러난 물상을 가지고 산과 바다와 나무가 있는 자연 경관을 창조하고, 그것을 메타버스로 생성하고자 시도한다. 권혜원 작가는 ‘차경’, 즉 자연을 가져와 인위적 정원으로 만드는 데에 관심을 갖는다. 국립 아시아문화전당의 감각정원은 사실상 ‘차경’의 산물인데, 작가는 이곳에 보충되었으면 하는 요소로 ‘물’을 꼽고 있다. 광주천의 원류인 무등산으로부터 영산강까지 장장 수 킬로미터의 생태 영역을 ‘차경’한다면 어떨까라는 상상력에서 작품은 출발한다.
감각정원은 관람객의 시각뿐만 아니라 후각과 청각, 촉각에도 반응하는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신미경은 ‘비누 조각가’로 국내외에 잘 알려진 현대 미술 작가인데, ‘변화’와 ‘생성’을 은유적으로 작품에 구현하고 있다. 올해 7월 초부터 내린 거센 장맛비로 비누 조각 설치 작품이 풍화되어 고대 건축물의 잔해처럼 ‘열린마당’에 펼쳐져 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더욱 진하게 풍기는 비누 냄새는 개개인의 기억을 자극하도록 고안되었다. 신미경 작가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같이 냄새가 지난날의 기억을 일깨우는 단초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기억된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냄새에 대한 기억은 ‘생성’의 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도함 작가가 너른 하늘마당에 설치한 투명한 구형의 작품은 청각과 촉각을 자극하기 위하여 제작되었다. 이번 전시 작품의 원형이 되는 작품이 실내에 설치되었던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을 부릴 때 이 작품을 펑 뚫린 넓은 잔디에 그대로 옮겨 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관람객들은 이 작품 안에 들어가 블루투스를 통해 자신의 스마트폰 음악 보관함에 저장된 ‘최애곡’을 꺼내 플레이하고, 작품 밖에 있는 불특정 다수의 관람객들을 상대로 디제이 퍼포먼스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작품 안에서는 진동을 통하여 음악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청각 장애인들도 비장애인들과 함께 음악을 즐길 수 있다. 이번 야외 전시를 위하여 새롭게 제작된 작품을 통해 음악으로 소통하는 법을 새삼 일깨웠으면 한다.
리경 작가는 건물과 건물 사이의 아늑한 중정에 달을 형상화한 미디어 아트를 선보인다. 이 달의 형태는 기울고 차오르는 달의 ‘변화’와 ‘생성’을 상징하고, 색상의 변화는 ‘블루 문’, ‘블러드 문’ 등 때에 따라 다채롭게 변화하는 달의 색을 표현한다. 감각정원에서 중정 인근에 가장 높게 솟은 타워와 주위를 둘러싼 배롱나무 숲은 왕성한 생명력을 상징하는 에메랄드 빛으로 뒤덮인다. 이 빛은 고기영 작가의 작품으로 그랜드 캐노피 안쪽에서 높이 천장까지 피어오른다. 프로젝션 매핑 작품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과 함께 에메랄드 빛의 움직임이 동기화되어 마치 오케스트라의 연주처럼 시각과 청각이 조화를 이루게 된다. 감각정원을 찾는 관람객들이 소소한 산책을 즐기며 일상의 생명력과 기대감을 기억해 주기를 바란다.
The Curator’s Notes
Gimo Yi (Senior Curator, Asia Culture Institute)
Therefore, I named the four-thousand-square-meter trail the “Sensory Garden” and requested the artworks of eight contemporary artists and one poet for the garden. I told them the keyword of this exhibition, “flow (or flux),” and suggested creating “site-specific” pieces that can be harmonized with the surroundings. The fire lane stretching down more than a hundred meters, the cooling tower standing next to the road like a signpost from which you can see in all directions, a crape myrtle forest, small and large gardens located between buildings akin to stages that host plays, a spacious sloped lawn, the “Hanul Madang (the sky garden),” a giant roof on top of it, the “Grand Canopy,” and so many different stairs and paths connecting these spaces… I wanted to create harmony between these spaces by offering contemporary artworks that will settle within and inhibit the flow of the trails.
The keyword of this exhibition, flow (or flux), was inspired by the ancient Greek philosopher Heraclitus who said that “You cannot step into the same river twice.” The meanings of “change” and “creation” that the word implies are big enough to swallow up the universe when looking into their widths and depths. The concept of “change,” which bears uncertainty, is inseparably related to that of the “creation” created in memories and consciousness. It is as if the yin and yang, the light and darkness, and the chaos and order coexist in the keyword.
Another three artists present their works on the long fire lane as well. By projecting the 3D images on the walls and floor, Sung Rok Choi and Changhwan Moon guide the visitors towards the visual space. Choi interprets nature at the beginning of the times as a mythical space where light, fire, and water are created and evolved. Moon uses the shape of objects defined as the four pillars of destiny based on Asian traditional philosophy to create a natural landscape with mountains, the ocean, and trees. He tries to make a metaverse with it through the 3D images on the long fire lane. Hyewon Kwon is interested in creating an artificial garden through a “borrowed landscape,” which means incorporating a landscape into a garden. Essentially, the Sensory Garden at the ACC is the product of a “borrowed landscape,” and the artist selected “water” as an element that could be supplemented in the garden. The artwork emanates from the thought of wondering what if the concept of the “borrowed landscape” is adopted to the ecological area that stretches for kilometers from Mudeungsan Mountain, the origin of the Gwangjucheon Stream, to the Yeongsangang River.
Dohahm Oh’s globular installation on Hanul Madang was designed to stimulate the visitors’ auditory and touch senses. I had first laid eyes on the original form of the artwork, which was installed indoors. During the COVID-19 pandemic, I thought it would be nice to bring the piece as it is to a spacious open space with grass. Visitors can walk into the artwork, play their favorite songs on their smartphones via Bluetooth, and throw a DJ performance for unspecified people outside of the piece. Since music can be felt through vibrations as well as sound, the hearing-impaired can also enjoy the songs with other people. I hope that this exhibition can remind visitors how to communicate through music with these newly created pieces.
Ligyung presents a media art piece that embodies the moon in a cozy courtyard caught between buildings. The shape of this moon represents the “change” and “creation” of the moon, which waxes and wanes, while the color represents the change in the color of the moon which includes both the “blue moon” and “blood moon.” During the exhibition, the highest tower near the courtyard and crape myrtle trees that surrounds the area are filled with the color of an emerald which symbolizes robust vitality. This light is an artwork by Ko, Ki Young, which comes up from the inside of the Grand Canopy and rises to the ceiling. The movements of the emerald color are synchronized with music emerging from the project mapping piece and creating harmony between the visual and auditory senses. I hope that the visitors of the Sensory Garden can enjoy the small pleasure of taking a walk and remember the vitality and excitement in their daily lives.
감각정원:
밤이 내리면, 빛이 오르고
밤이 내린 감각정원을 산책하며 예술작품과 함께 여유와 자유를 누려보자. 시각, 청각, 후각, 촉각을 느낄 수 있는 감각정원에서 미디어아트와 음악을 만나고, 더불어 하상욱 시인의 시와 향기 나는 비누 조각과 에메랄드 빛 반딧불과 다채로운 달빛도 즐길 수 있다.
Sensory Garden:
Night Falls, Light Fulls
We cordially invite you to indulge in a peaceful stroll along the Sensory Garden at night to savor the leisure and freedom surrounded by breathtaking artwork. Stimulate your senses with sight, hearing, smell, and touch in the Sensory Garden through media art and music along with poetry, fragrant soap sculptures, emerald-colored fireflies, and the vibrant moonlight.
전시 기간
2021.09.01-12.31. (무휴)
운영 시간
월-일 19:00-22:00
장소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하늘마당, 열린마당 일대
관람료 무료
주차 안내
이용 시간
주차장 A, B: 08:00-22:00 (월요일 휴무)
부설 주차장: 07:00-24:00 (연중무휴)
기본요금 15분당 400원
일일요금 24시간 15,000원
*무료 전시는 주차 감면 혜택 없음
디지털 가이드
Digital Guide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주광역시 동구 문화전당로 38
www.acc.go.kr
T. +82 1899-5566
Exhibition
September 1 – December 31, 2021(Open seven days a week)
Hours
Monday-Sunday 19:00-22:00
Venues
Asia Culture Center
Hanul Madang & Yeollin Madang
Free admission
Parking Information
Hours
Parking Lot A, B: 08:00-22:00 (Closed on Mondays)
Annexed Parking Lot ACC: 07:00-24:00
(Open seven days a week)
Basic charge KRW 400/15 min.
1 day Parking fee KRW 15,000
*Parking fee discount available to visitors to paid exhibition only
Asia Culture Center
38, Munhwajeondang-ro, Dong-gu, Gwangju,
Republic of Korea
www.acc.go.kr
T. +82 1899-5566
전시 기간
2021.09.01-12.31. (무휴)
운영 시간
월-일 19:00-22:00
장소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하늘마당, 열린마당 일대
관람료 무료
주차 안내
이용 시간
주차장 A, B: 08:00-22:00 (월요일 휴무)
부설 주차장: 07:00-24:00 (연중무휴)
기본요금 15분당 400원
일일요금 24시간 15,000원
*무료 전시는 주차 감면 혜택 없음
디지털 가이드
Digital Guide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주광역시 동구 문화전당로 38
www.acc.go.kr
T. +82 1899-5566
Exhibition
September 1 – December 31, 2021(Open seven days a week)
Hours
Monday-Sunday 19:00-22:00
Venues
Asia Culture Center
Hanul Madang & Yeollin Madang
Free admission
Parking Information
Hours
Parking Lot A, B: 08:00-22:00 (Closed on Mondays)
Annexed Parking Lot ACC: 07:00-24:00
(Open seven days a week)
Basic charge KRW 400/15 min.
1 day Parking fee KRW 15,000
*Parking fee discount available to visitors to paid exhibition only
Asia Culture Center
38, Munhwajeondang-ro, Dong-gu, Gwangju,
Republic of Korea
www.acc.go.kr
T. +82 1899-5566